센디 염상준 대표

이승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염상준: 화물운송 매칭 플랫폼 ‘센디’ 염상준 대표입니다.

 

이승환: 화물운송 매칭은 뭐죠?

염상준: 물건 보낼 때 트럭 써야 하잖아요? 주로 1~5톤까지 중소형 트럭을 매칭해드립니다. 고객이 출발지, 도착지, 짐을 입력하면, 앱에서 자동으로 견적을 내 드립니다. 그러면 거기에 딱 맞는 기사님이 매칭되는 거죠.

 

이승환: 잘 되고 있습니까?

염상준: 작년 1월 매출이 월 1억 좀 넘었는데, 올해 1월은 7억 6천을 넘었습니다. 1년새 600% 이상 성장한 거죠. 아마 올해 매출은 300억은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승환: 이 불경기에 연 600%라니, 진짜 급성장이네요. 몰라뵈어 죄송합니다(…)

염상준: 아닙니다. 저희는 듣보잡이 맞습니다. 국내 육상 물류 시장을 40조 정도로 봅니다. 이 중 저희가 하는 중소형 트럭 쪽은 8조 정도고요. 저희 매출 200~300억은 명함도 못 내밀 레벨입니다. 3천억 찍어도 아무도 모를 정도로 큰 시장인 거죠.

 

이승환: 으아아, 엄청난 시장이네요…

염상준: 네, 그리고 이 시장에서 디지털화에 성공한 곳은 우리 ‘센디’ 뿐입니다. 어느 산업이 그렇듯 아날로그는 디지털로 대체될 겁니다. 이제 전화가 아닌 배민으로 배달시키듯, 화물도 전화가 아닌 센디로 주문하는 시대가 올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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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님 질문… 근데 그렇게 좋은 시장이면 대기업이 들어오지 않을까요?

염상준: 이미 SK가 ‘트럭킹’이라는 이름으로 진출했는데 망했고, 그밖에 여러 대기업들이 물류로 접근했는데 성과는 별로 없습니다. 앞으로도 대기업이 많이 진출하겠지만, 성공하기는 힘들 거라 생각합니다.

 

이승환: 왜때문인가요?

염상준: 택시는 카카오와 SK우티가 있잖아요? 타다나 아이엠 같은 스타트업도 있고요. 이게 왜 가능하냐? 표준화되어있기 때문입니다. 택시는 인간이라는 ‘한 가지 짐’을 승용차라는 ‘한 가지 차’로 보냅니다. 화물 운송은 다릅니다. 짐의 형태는 수십 수백가지입니다. 트럭도 0.5톤 1톤 1.2톤 1.4톤 2톤 2.5톤 3톤… 그리고 인간이 못 드는 짐은 리프트탑 보내야 되고, 제품 따라 다른 포장 보내야 되고, 식품 따라 냉장 냉동 탑차 보내야 되고…

 

이승환: 복잡하네요;;;

염상준: 또 차마다 컨디션이 다르고 기사님들도 다 달라요. 장거리 안 뛰는 기사, 물이 질질 흐르는 농산물 같은 거 안 하는 기사… 이런 거 하나하나를 고려하지 않으면 싸움이 납니다. 기사님 입장에서는 현장 가니까 자기 차에 안 실릴 물건이 있고, 화주는 왜 짐도 못 싣는 차 불렀냐고 하고…

 

이승환: 데이터를 쌓으면 해결될 문제 아닌가요?

염상준: 맞습니다. 근데 화물 운수는 택시와 다르다 했잖아요. 택시는 출발지와 목적지만 누르면 예상 요금이 뜹니다. 그리고 실제 요금과 별 차이가 없어요. 하지만 화물 운송은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일단 거리와 짐에 비례해서 대충 15만원을 냈다고 해요. 그런데 오늘따라 거기 갈 기사도 없습니다. 기사 몇 명이 18만 주면 가겠다고 해요. 그럼 이걸 어떻게 해요?

 

이승환: 죄송합니다, 고객님 3만 원 더 내시면…

염상준: 아닙니다. 두 개밖에 없어요. 그냥 취소시키든가, 아니면 고객 대신 3만원을 내주고 18만원을 화물기사에게 주든가예요. 택시 예상요금 1만원 떠서 불렀는데, 갑자기 5천원 더 내라고 하면 화나잖아요? 그럴 거면 처음부터 가격 확정해서 알려주는 기존 주선업체 쓰는 게 낫지, 왜 IT 플랫폼 쓰겠어요? 문제는 화물운수 부르면, 보통 30% 정도는 헛탕 치고 가격 조절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대기업 입장에서는 하기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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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근데 30% 허탕치는 문제는 대기업 뿐 아니라 님들도 겪었을텐데 어떻게 해결했나요?

염상준: 저희는 기사님들에게 존- 나 빌었죠. 진짜 존--- 나 빌어서 좀 맞춰달라 했죠.

 

이승환: ……

염상준: 대신 나중에 더 좋은 일 따서 드리겠다고 비는 거죠. 실제로 뒤에 더 괜찮은 일 물어다 드리고요. 근데 SK나 카카오 다니는 분들이 이렇게 하겠어요? 그분들 연봉이 적어도 7~8천은 될 건데. 애초에 대기업 다니면 핵심 부서 가고 싶잖아요? 근데 하루종일 전화로 기사님들 기분 풀어드려라… 커리어 꼬인 거니 탈출하려 하겠죠.

 

이승환: 음… 콜센터 외주 주면 안되나요;;;

염상준: 이게 그냥 기분 풀어주는 레벨이 아닙니다. 이쪽 일하는 분들이 스트레스가 극심해요. 처음에 센디 시작했을 때 기사님들이 너무 좋아하는 겁니다. “왜 좋으세요?” 물어봤는데, 욕을 안 해서 좋대요. 그래서 처음에는 일을 연결해주는 주선사들이 개새끼인 줄 알았어요. 근데 또 주선사는 그렇게 화주 욕을 해요. 알고 보니까 이 업계 분들이 개새끼가 아니고, 다들 스트레스 가득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었던 거예요. 혹시, 트럭 모는 분들 평균 연령이 몇일 것 같아요?

 

이승환: 글쎄요… 한 40~50?

염상준: 평균 61.5세입니다. 한 달 가져가는 돈은 150~200 수준이고요. 물론 매출은 400 정도는 납니다. 그런데 여기서 보험금 내고 기름값 빼고 하면 그것 밖에 안 나와요. 이런 분이 전국에 17만명 정도 있습니다. 정말 힘든 시장이죠…

 

이승환: 그러면 주선업자들이 기사님들을 다 쥐어짜는 건가요?

염상준: 그렇지도 않습니다. 화물 주선업 대한민국 1위부터 10위까지 다 영업이익률이 2%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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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아니, 뭐 다들 돈 못 벌고 힘든 시장이죠… 요즘 화물연대 기사 돈 잘 번다 기사도 있던데…

염상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화물연대 귀족이라고 하죠? 25톤 벤츠 트럭 한 대 사요. 한 달에 한 1500 벌어봐야 할부금만 4~500, 기름값 3~400, 보험료 1~200, 이러면 할부금 다 갚을 때까지 별로 남는 거 없습니다. 젊을 때 빠싹 일해서 많이 벌 수는 있어요. 근데 이건 엄청난 체력이 요구됩니다. 지금 소형 용달트럭 모는 분들, 저런 대형 트럭 몰다 밀려난 사람들 많습니다. 50, 60 되면 몸이 안 받쳐주잖아요.

 

이승환: ……

염상준: 아무튼 화물연대도 저렇게 힘드니, 소형 용달은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래서 저희가 성공하고 돈 벌려고 사업하는 것도 있지만, 일하다 보니 좀 사명감 같은 것도 생겼습니다. 국토교통부에서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어요. 기사님들이 워낙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잖아요.

 

이승환: 기사님들 환경을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시면…

염상준: 보통 전화로 트럭 불러달라 하잖아요? 주선회사 A가 보니 대충 10만원짜리 일입니다. 기사 100명 정도 있는 카톡방에 “이거 9만원에 갈 사람”하고 던집니다. 근데 안 받아요. 그러면 다른 주선회사 B에 전화합니다. 그러면 B는 또 “이거 8만원에 갈 사람”하고 던지고, C에 D에… 이러니 기사는 푼돈을 받게 돼죠. 또 주선사도 조금씩 떼다 보니 많이 못 벌어요. 그러다 돈 늦게 주고 망하고, 그러면 기사님들은 돈 떼이고…

 

이승환: 와… 진짜 아사리판이네요.

염상준: 네. 그런데 센디는 디지털이잖아요. 모든 게 기록에 남아서 떼먹을 수가 없어요. 그리고 콜을 다른 주선사로 안 돌리고 기사님과 직거래합니다. 수수료를 많이 안 떼고 기사님의 수익을 높이죠. 화주 입장에서는 더 환영입니다. 기존 주선 시장은 물건에 맞지 않는 트럭이 갈 때가 많았거든요. 기사님은 하루 허탕치는 정도이지만, 화주는 큰 금전적 손해를 볼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기사님들과 트럭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있으니, 딱 맞는 매칭이 가능하지요. 지금은 하루에 5만 건씩 데이터가 쌓이고 있어요.

 

이승환: 아까 보통 주선업체에 콜 들어오면 30%는 매칭 안 된다 하지 않았나요?

염상준: 저희도 처음에는 그랬죠. 사실 1년 반 정도가 그랬습니다. 근데 그걸 내부에서 운영으로 버티고 버티며 데이터를 쌓으며 면밀하게 분류했죠. 이걸 이제 또 AI로 학습시키니 운임이 굉장히 정확해졌습니다. 센디 앱 만족도가 95%를 넘었어요. 지금 전국 기사님 5% 정도가 가입돼 있는데,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정확도가 높아지니 만족도도 따라 높아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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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그나저나 어쩌다 이런 남들 잘 모르는 일을 하게 된 겁니까?

염상준: 제가 부산대 무역학과 출신인데, 저 때는 그냥 당구 치다가 ‘형님, 과사무실에 추천서 남는 거 있습니까?’ 하면 대기업 가던 때였어요. 근데 제가 그때 이미 돈을 많이 벌었어요. 과외도 입시반 굴리고, 가게 몇 개 굴리다 팔고… 20대에 이미 한 5억 모았어요. 그때 강남 아파트 1억쯤 할 테니까 잘 벌었죠. 30살쯤 되면 통장에 100억은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이승환: 대단하시군요. ㄷㄷㄷ

염상준: 근데 30살 되니까 빚이 5억에 신불이 돼있더라고요.

 

이승환: …… 뭔 짓을 해서;;;

염상준: 서울에 올라와서 F&B 프랜차이즈 사업을 크게 시작했어요. 근데 저는 지금까지 작은 장사를 잘한 거지, 막상 시작해 보니 재료를 싸게 사는 법도 모르네? 원가율도 모르네? 개인이 모을 때야 1~2억이 큰 돈이지, 회사 만들어 가지고 좀 마케팅 좀 해볼까? 뭐 좀 해볼까? 이러면 4~5억도 금방이에요. 그렇게 서른에 빚 3억을 진 거죠.

 

이승환: 그래서 어떻게 했습니까?

염상준: 역삼역 스타타워 뒤에 월세 30만 원짜리 반지하에 있었거든요? 강남에 큰 건물은 보안이 잘 돼 있는데, 꼬마빌딩은 그냥 올라갈 수 있잖아요. 거기서 한 층씩 내려가며 인테리어 명함을 돌리는 거죠. 화장실 인테리어라도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하루 종일 돌아다니면 한 번씩 또 연락이 와요. 부산 분들이 자기의 서울 상경기가 생각나고 이러니까 도와준 거죠.

 

이승환: 님 독하네요;;;

염상준: 제가 장사하며 배운 건 ‘돈은 달라는 사람한테 간다’예요. 근데 효율이 너무 안 나오긴 했어요. 그러다 이사 업체 사람들하고 술자리에서 친해졌는데 전화가 옵니다. “야, 지금 사무실 이삿짐 옮겨줬는데, 얘들 다 고쳐야 될 것 같아. 내가 엄청 잘한다고 소개해 놨어” 정이 많은 이사업체 사장님들이, 제가 30대 중반이고 촌놈이고 그러다 보니까 자기 일 같은 거죠. 그게 잘 돼서 2년이 안 돼서 빚 2억을 다 갚았어요. 근데 막상 빚 갚고나니 번아웃이 딱 오더라고요. 너무 힘들고 외로워서 그냥 돈이고 뭐고 모르겠다, 부산 내려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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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부산 다시 내려와서 뭐했습니까?

염상준: 게임했습니다.

 

이승환: ……

염상준: ‘뭔가 똑바로 해야 되는데 내가 왜 이러지?’라 생각하긴 했는데, 힘이 하나도 안 났어요. 한 2~3년, 게임하고 통닭 먹고… 작은 가게 하나 차려서 여자친구 맡기고 신경도 안 썼습니다. 그러다가 제 평생 사업 파트너 정재욱 이사를 만나게 됩니다. 신불자인 저한테 와가지고 “돈 벌려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 이러는 거예요. 이거 뭔 미친 놈이지? 싶었는데 또 누가 치켜세워주니 신나잖아요. 옛날에 사업하며 돈 많이 번 이야기 해줬죠. 그러니 “형님, 그럼 뭔 사업해야 합니까?” 하기에 “마, 앞으로는 IT야!” 그렇게 다시 사업을 시작했죠.

 

이승환: ……

염상준: 근데 막상 말하고 나니까 저는 문과, 정재욱 이사는 체육 전공이었습니다.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그래서 일단 개발자들 많은데 양복 딱 입고 갔습니다. 남들 열심히 코딩하는데 옆에 가서, 야 같이 해볼래? 우리랑 해볼래? 하는데 누가 같이 합니까? 그런데 딱 한명 우리랑 같이 하겠다는 사람이 있었어요. 지금 우리 CTO인 부산대 컴퓨터공학과 김태훈 박사였죠.

 

이승환: 부산대 컴공 박사가 왜 님들이랑 일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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