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원컴퍼니 IPO, 다수의 투자자가 손실 본 상장이 의미하는 것

이 서비스의 원래 계획은 주 1회 콘텐츠를 내놓는 것이었음. 다만 다음 달 출시를 앞두고 빠르게 반응을 보기 위해 6일에 2회 콘텐츠를 발행하고 있음. 발행 속도가 빠르다보니 글을 다 못 읽는 분들이 있어서, 살짝 속도를 늦추고 있었음.

그런데 데이원컴퍼니(이하 데이원) 상장이 이슈가 됨. 사람들이 자꾸 물어보길래, 좀 여기저기 찾아보았음. 연휴인데도 시간 내어준 분들께 감사함.


대부분의 투자자가 물린 상태에서의 데이원컴퍼니 상장

데이원 창업자이자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인 박지웅은 이번 상장을 매우 긍정적으로 그림. 당연히 상장 축하한다는 댓글들이 쭉 이어짐.

링크: https://www.facebook.com/justin.jwpark/posts/pfbid028x9XGW4uP274XnskLfTEYxzPN3XG36h6hB4QaqLEnsi3SqPmbu6oVeo5YasarCeDl

글로우서울 글에서도 알 수 있듯, 나는 자기 홍보 열심히 하는 것에 시각이 좀 좋지 않은 편. 정확히는 실적이 따르지 않는데 홍보에 열을 올리는 회사에 좀 싸- 한 걸 느낌.

그래도 굳이 이야기하지 않으려 한 건, 상장했는데 남의 잔치에 재 뿌리는 거 같아서… 근데 보다보니 잔칫집이 아닌 것 같음. 이번 상장이 정말 축하할 일인가 싶은 게, 데이원컴퍼니의 상장 시가총액은 1763억이었음. 하필이면 상장 첫날 하한가(-40%)를 맞아 현재는 1061억원.

반면 데이원컴퍼니의 시리즈C 투자 유치 당시 밸류에이션은 약 1850억(추정), 시리즈D는 2750억(추정)임. 2019년 시리즈B가 약 700억이었으니, 사실 시리즈B 투자자도 5년 이상의 시간, 이번 상장을 통해 희석되는 지분을 생각하면 손해에 가까움.

관련 기사 링크

즉 대부분의 투자자가 물렸다고 봐도 됨. 데이원 상장은 잔칫집이 아니라 초상집일 수도 있음.

물론 창업자들과 임원들은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음. 하지만 이조차도 고생한 만큼 돌아온 건지는 모르겠음. (상장일 종가 기준으로 이강민 대표가 약 31억, 박지웅 대표가 25억의 주식을 가지고 있음. CIC 대표들은 약 2~4억원)

상장의 이유 1. 얼어붙은 상장시장

당연히 투자 당시 밸류보다 낮은 시총에 상장하길 바라는 투자자는 없음.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렇게 물린 투자자들의 허락을 얻어야만 상장 가능함.

다수의 투자자가 상장하면 손실을 보면서도 상장을 택한 건, 펀드 만기 시기가 도래한 (또는 다가오는) 투자사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임. 회사의 미래 가치가 높아보이면 구주 거래로 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음. 이 회사가 잘될 거라 생각하는 투자자가 기존 펀드의 지분을 가져가면 됨.

하지만 두 가지 이유로 이는 쉽지 않았음. 1) 데이원이란 회사의 미래가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음. 이는 투자자 개인마다 각자 생각이 있을 것.

2) 더 큰 이유는 상장시장이 너무 추움. 사실 여기에 비하면 1) 은 별로 중요한 이슈도 아님. 스타트업 밸류에이션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상장 분위기임.

상장 시가총액이 높고, 상장 후 따상 가는 코로나 때였다면야 누군가 데이원의 지분을 샀을 수도 있음. 하지만 지금은 모든 투자자가 신났던 시대와는 정반대. 상장을 잘 시켜주지도 않고, 상장해봐야 시가총액이 낮음.

그러니 코로나 시기 좋은 상장시장에 기반해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은 데이원 주식을 떠갈 리가 없는 것.

상장의 이유 2. 돈이 없음

(아래 이미지 참조) 피치덱에 따르면 데이원의 누적투자유치금액은 515억, 누적결손금은 741억임. 이런 경우 1) 돈을 벌거나 2) 투자 받거나, 둘 중 하나임. 물론 빌릴 수도 있겠지만, 위 상황을 볼 때 쉬운 옵션 같지는 않음. 더군다나 이자비용을 더 늘리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닐 듯.

  1. 데이원은 돈을 벌어서 해결하는 단계로 나가지 못함. 상장을 위해 2023년 한 해 10억 흑자를 만들기는 했으나, 어거지로 만든 숫자라는 감이 옴. 실제로 2024년은 (아마도 흑자 맞추려 노력했음에도) 다시금 소액 적자로 돌아섬. 애초에 연 몇억 흑자는 회사의 방향을 돌릴 수준이 아니기도 함. (직원이 500명임)
  2. 투자를 받는 건 현재 상장 시장 분위기에서 그냥 불가능하다고 보면 됨. 데이원이 못나서가 아니라, 장이 좋을 때 높은 밸류로 받은 걸 맞출 수가 없기 때문.

결국 돈을 끌고올 수 있는 방법은 상장임. 돈을 먼저 받고 강사에게 정산하는 교육사업 특성상, 당장 돈이 말라서 망하지는 않겠지만 상장 외에 돈을 마련하기는 힘든 상황.

상장의 이유 3. 복잡한 지분 구조

요즘 스타트업에서는 밸류를 낮춰서 투자 받는 게 일상임. 다운 라운드라고 하는데, 이 딜이 정말 힘든 게 리픽싱 조항이 있기 때문.

데이원을 예로 들면, 지금 한 VC가 1천억 밸류면 투자하겠다고 함. 그런데 데이원의 시리즈D 밸류는 2750억(추정)임. 너무나도 배 아플 상황. 그럴 경우 그냥 시리즈D에 넣은 주주들도 1천억 밸류에 넣은 걸로 주식을 조정해주는 것.

참조 링크: https://youtu.be/1nF-s_zKLVo?si=tuqNSoy-B7nVCbTD

이렇게 하는 것도 방법일 건데,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음. 아래는 데이원의 주주 구성임.

너무 길어서(…) 잘 안 보일 건데 세부적인 건 중요하지 않음. 하고 싶은 말은, 밸류를 낮춰서 투자받기에는 이미 기존 투자자들의 지분이 적지 않음. 여기에 리픽싱까지 적용된다면 최대주주 등의 지분율이 너무 낮아져버림.

현재 공모 후 (패스트파이브 + 패스트트랙아시아 + 대표자 등 임원진)의 지분이 27.77%임, 리픽싱 걸리면 아예 상장이 힘들 수준이라고 봄. 한 VC는 ‘저 구조로 상장한 게 정말 용하다’는 멘트를 남김. 일단 저 수많은 투자자를 설득했다는 것만으로 대단하다고들 함.

정리하면, 데이원은 당장 의미 있는 흑자를 낼 수 없고, 높은 밸류에 출자할 투자자를 찾기도 힘들고, 다운 라운드 가면 리픽싱으로 미래 상장이 힘들어짐. 이제 남은 방법은 상장 뿐임. (한가지 가능성은 다운사이징(구조조정)해서 돈 버는 건데, 이건 또 상장과 멀어지는 딜레마가 있으니 무시하도록 하겠음)

상장의 이유 4. 어쨌든 엑싯이 된다

좋게 생각하면 지난 몇 년 장이 너무 좋았음. 투자한 회사가 높은 시가총액으로 상장되며 VC들도 상당히 높은 수익률을 올림.

참조 기사 링크

VC 입장에서는 워낙 성과가 좋던 시장이었으니, 데이원 하나 손해보는 건 감수할 수 있음. 펀드에 속한 다른 포트폴리오사가 돈을 벌어서, 전체 펀드는 이익일 수 있기 때문. 데이원 하나 좀 손해보고 펀드 정리해도 괜찮다는 것. 상장하면 손해를 본다 해도 팔 수라도 있다는 점도 메리트.

반대 입장에서 생각해도 상장은 매력적임. 손실을 보더라도 회수는 할 수 있음. 벤처투자는 원래 망하는 게 일상임. 밸류에이션 만큼 성과가 안 나오는 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건데, 어쨌든 빠져나갈 길이 생긴 건 땡큐라는 것.

한편 이런 이유로 데이원은 당장 투자하기 참 머리 아픈 주식임. 위의 주주구성 보면 ‘의무보유기간’이 투자사마다 1개월, 3개월, 6개월, 다들 다르게 설정돼 있음. 이들이 풀리자마자 언제 빠질지 모르는 ‘행오버’가 존재함.

어쨌든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상장을 통해 손실일지언정 회수가 가능하게 됐음. 또 사람들이 국장 욕하지만 또 국장은 당최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자기 막 급등하는 경우도 있지 않으리오... (허나 투자자들에 따르면, 보통 펀드는 이런 경우 손실로 적당히 마무리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함)

데이원은 시작, 앞으로도 이런 상장이 이어질 것

결과적으로 현재 데이원은 다수 투자자가 손실 보며 상장한 상황. 그런데 VC들은 이런 일이 데이원에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함.

데이원이 상장한 이유를 다시 정리하겠음. 1) 흑자를 내지 못하고(돈 못 벌고) 2) 투자금 넣으려는 곳이 없고 3) 기존 밸류가 높고 대표자 등 지분이 낮아 다운 라운드도 힘들고… 이런 회사 몇은 떠오르지 않나?

반복하자면 스타트업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자기 실력보다 상장 시장임. 공모 시가총액이 이리 낮으면 높은 밸류에 투자할 회사가 없음. 기존에 높은 밸류에 투자한 회사는…? 그럴 거면 상장으로 빠져나갈 길이라도 만드는 게 낫다는 것. 이런 회사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

나는 이 짤을 아주 좋아함.

와, 장이 안 좋아서 진짜 힘드시겠네요, 어떻게 해요…? 라는 질문에 경력 긴 투자자는 이렇게 답함.

뭐, 대신 겨울 오기 전 다들 재미 봤잖아요. 원래 돌고 도는 거죠.

Read more

마음스튜디오

리: 아무래도 대중에게는 모나미 팝업스토어로 잘 알려지셨을 것 같아요. 이달우: 최근에는 그렇죠. 홍대 팝업스토어를 ‘모나미 페이퍼’라는 컨셉으로 열였을 때 큰 화제가 됐어요. 철판을 종이처럼 얇게 펴서 사방을 감쌌죠. 종이가 모나미고, 펜이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이었어요. -일반회원에게는여기까지만보여집니다.-    리: 다른 모나미 팝업스토어의 콘셉트는 어땠나요? 이달우: DDP점은 ‘다이어리’라는 컨셉을 잡았어요. 매일,

By 이승환

“개인이나 조직이나 제대로 명상을 해야 할 시기입니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하루 10분, 마인드 트레이너’라는 콘셉트로 마인드풀니스(마음챙김) 명상의 대중화에 앞서고 있는 명상어플 ‘마보’를운영하고 있는 유정은입니다. 국내 최초 마음챙김 명상앱인 마보는 불모지에 가까운 한국 명상앱 시장을 개척하고 마음챙김 명상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가깝게 연습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2018 구글 Play 선정 숨은

By 이승환

연 30억 영업이익의 ‘홈쇼핑모아’가 SNS 공동구매 플랫폼 ‘사자마켓’을 오픈한 이유: 버즈니 김성국, 남상협 공동대표 인터뷰

홈쇼핑만 모아모아 보여주는 앱으로, 연 30억 이익을 찍다   리승환 ㅍㅍㅅㅅ 대표(이하 리): 안녕하세요. 일단 간단하게, 두 분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성국 버즈니 공동대표(이하 김성국): 안녕하세요, 버즈니 공동대표 김성국입니다. 포항공대 대학원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과정을 밟다가, ‘버즈니’를 창업해서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른 회사를 다닌 경험이 없다 보니 경력이 많지가 않네요.

By 이승환

언더독스 인터뷰

리승환 ㅍㅍㅅㅅ 대표(이하 리):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릴게요. 조상래 언더독스 대표(이하 조상래): 현재 언더독스 대표를 맡고 있는 조상래라고 합니다. 김정헌 뉴블랙 대표(이하 김정헌): 언더독스 창업자이자, 조상래 대표 취임 전까지 대표를 맡았던 김정헌입니다. 지금은 모회사인 임팩트 투자사 ‘뉴블랙’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두 분 사진…[이1]    리: 왜 대표가

By 이승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