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이 눈독들인 기술기업, 10년 존버로 일어나기까지 : 바이오빛 김용태 대표 인터뷰
아모레퍼시픽이 인정한 기술 기업, 사드로 기회를 놓치다
이승환: 자기 소개 부탁 드립니다.
김용태: 바이오빛 대표 김용태입니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연구 교수로 있다가, 8년 전 펩타이드를 아이템으로 창업했습니다.
이승환: 근데 연구 잘하는 것과 돈을 버는 건 다르지 않나요? 주변에 벤처 창업한 교수님들 생고생하는 경우 많던데.
김용태: 아… 이게 어렵죠. 과학자는 연구를 잘하고 기술을 잘 만드는 사람이지, 상업화는 다른 일이거든요. 스타트업에서 ‘시장’이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마찬가지로 원천기술은 그걸 어느 시장에 쓰느냐가 정말 중요합니다. 제가 처음 적용하려고 했던 분야는 화장품 쪽이었어요.

이승환: 뷰티요? 시장 너무 좋은 거 같은데요.
김용태: 그게 아모레퍼시픽에서 저희가 투자를 받았기 때문이기도 해요. 창업 초기, 아모레퍼시픽이 주관하고 퓨처플레이가 진행한 ‘아모레 테크업플러스’라는 행사가 있었어요. 기술력 있는 200여개 스타트업들이 모여서 참여한 행사였는데, 저희가 최종 3개 팀으로 뽑혀 퓨처플레이랑 아모레퍼시픽 투자를 받았고요. 이후 자연히 TIPS까지 연결됐습니다.

당시 한재선 CTO의 바이오빛 수상 심사평 (출처: 벤처스퀘어)
이승환: 그리고 자연히 아모레퍼시픽과 협업으로 연결된 거군요.
김용태: 네. 아모레퍼시픽에서 그러려고 만든 행사니까요. 여자분들 쿠션에 쓰는 ‘퍼프’ 있잖아요? 이것도 펩타이드를 잘 쓰면 굉장히 좋아요. 퍼프를 얼굴에 바르고 다시 넣고 할 때마다 피부와 공기 중에 닿고 오염되는 거죠. 그래서 우리 회사 바이오빛, 아모레퍼시픽, 퍼프 납품 업체와 3자 계약까지 마치고 시제품까지 만들었죠.



이렇게 발매 직전까지 갔으나 한한령으로 기회가 사라졌다
이승환: 시작부터 대박인데요?
김용태: 근데 마침 그때 사드 배치로 인한 한한령이 터졌어요. 아모레 뿐 아니라 화장품 업계 전체가 가라앉았죠. 그러면서 신규 프로젝트가 완전 무산됐어요.
세계 최대 렌즈 안과 업체와의 렌즈 계약… 도 직전에 날아가다
이승환: 눈물났겠네요…
김용태: 그래도 그때는 창업 초기라 기술력 하나는 우리가 인정받았다는 자부심이 있었죠. 아모레퍼시픽이 택했다고 하면, 전세계 어디든지 관심을 가질만한 거니까요. 그러면 우리는 잘하는 기술개발을 계속 하자. 그러다 우연히 미국 최대 안과관련 업체 ‘VSP’와 연결됐어요. 여기서 안경렌즈 항균코팅 의뢰를 받았습니다.
김용태: 맞습니다. VSP는 우리가 잘 아는 Ferragamo, Calvin Klein, Nike 등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회사입니다. 여기에서 저희 기술을 활용해 항균 펩타이드를 안경 렌즈에 코팅해서 항균 기능을 부여하기로 했죠. 렌즈에 항균코팅을 하면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장기간 착용할 때 발생하는 안구감염에 도움이 되거든요.

정확히는 VSP Vision Care라는 안과, 안경, 렌즈, 보험 등 종합회사에서 Marchon eyeware를 인수한 것. 그러면서 저 엄청난 브랜드 아이웨어들이 따라왔다.
이승환: 되면 대박이겠네요. 미국 최대 업체와 거래하게 되는 것이니.
김용태: 맞습니다. 그런데 이게 굉장히 어려운 도전이었어요. 렌즈면 빛이 투명하게 투과해야 하잖아요? 투명도가 99% 이상 나와야 하는데, 이러려면 은(Ag) 입자 사이즈를 엄청 줄여야 되는 거예요. 은 입자 사이즈가 조금만 커지면 haze 현상이라고, 렌즈가 뿌옇게 됩니다.
이 때문에 렌즈 겉부분에만 나노 사이즈 은 입자를 코팅하는데, 이러면 항균 기간이 굉장히 짧아요. 항균 펩타이드의 경우, 크기가 나노 단위이기 때문에 코팅을 해도 투명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항균 지속력이 있어서 투명도가 나오면서도 항균효과가 오래유지되는 것이죠. 이런 점을 VSP에서 좋게 봤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출시 못했어요.

haze가 낮아야 아래처럼 뚜렷하게 보인다, 바이오빛 기술은 이에 성공한 것
이승환: 이번엔 또 뭔가요…
김용태: VSP 미국 공장에서 양산테스트까지 완료했는데, EPA에서 저희 항균 렌즈에 들어가는 펩타이드를 두고, 이게 신고된 물질이냐고 질의가 들어왔어요. 미국에서 항균 물질은 EPA, 한국으로 따지면 환경부의 규제를 받더라고요. 저희는 이거는 바이오 물질이다, 아미노산으로만 연결된 안전한 물질이다… 이렇게 답했죠. 그런데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인체에 유해한 물질인지 굉장히 엄증한 절차를 거쳐 검증한다
작정하고 10억 이상을 들여 전세계의 안전 인증을 받기까지
이승환: 별 문제 없을 거 같은데 왜 통과되지 않은 거죠?
김용태: 기본적으로 미국 환경부, EPA에서 이야기하는 항균 물질이라는 거는 다 농약이에요. 저는 따졌죠. 이건 단백질이지 화학 물질이 아니다, 논문 자료부터 해서 여러 자료를 다 보냈어요. 하지만 EPA는 일단 모든 항균 물질은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그 비용만 최소 몇억이었고, 시간도 3년이상 걸려요. 돈이야 어찌 해도, VSP는 당장 제품화를 원했으니 계약이 무산됐죠.
이승환: 눈물 나겠네요…
김용태: 그 사이에 놓친 기회도 많아요. 효성 TNS가 미국 ATM기 보급률 1위로 점유율이 50%가 넘는 회사입니다. ATM기 화면부터 손에 닿는 키보드까지 전면 항균 코팅하는 기술이 필요해서 저희를 먼저 찾아왔었어요. 미국 뿐 아니라 러시아, 중동까지 수출을 논의해서, 아주 저온부터 사막과 같은 뜨겁고 건조한 조건에서의 성능평가까지 완료했어요. 테스트 통과하고 유통 계획까지 세웠지만, EPA 허가를 받기까지 너무 긴 시간이 필요해서 무산됐어요.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엄청 큰 회사다 (출처: 뉴데일리 경제)
이승환: 미국에서 계속 큰 기회를 잡을 뻔 하다 놓쳤네요;;; 결국 인허가 때문에 항균코팅 사업을 접게 됐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