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 매출 킥보드 ‘디어’를 매각하고 IT 컨설팅 업에 도전한 이유
이승환: 자기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팽동은: IT 컨설팅 업체 다빈치 대표 팽동은입니다. IT 컨설팅을 시작한 것은 1년 반쯤 됐고, 법인은 2018년 설립되어서 6년 된 기업입니다. 원래는 “디어”라는 공유 킥보드 회사였고, 그때 회사 이름도 “디어코퍼레이션”이었죠. 그 비즈니스를 작년 3분기 ‘스윙’에 매각하면서, 회사가 완전히 IT 컨설팅으로 전환하게 됐습니다.
이승환: 킥보드 사업이 잘되지 않았던 던가요?
팽동은: 아닙니다. 잘 됐어요. 회사 매출이 200억 원 이상이었습니다. 운영 대수도 처음 20대에서 시작한 게 2만 대 정도까지 늘었고, 회원 수도 150만 명 정도로 사업 자체는 꽤 잘 성장했어요. 그런데 2021년쯤부터 제가 더 이상 이 사업을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이승환: 왜죠?
팽동은: 2020년 여름, 저희 킥보드를 타다가 사람이 크게 다쳤습니다. 특히 임산부께서 남편과 둘이서 킥보드를 탔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크게 다치셨고, 결국 아이도 잃으셨어요. 그 이후로 ‘많고 많은 사업 중에 굳이 이런 걸 해야 하나?’라는 현타가 왔어요. 한 번 그렇게 생각이 들자 의지가 싹 사라지더라고요.
이승환: 음… 너무나 아픈 일이긴 한데요. 두분이서 탔다면 운전자 잘못도 있잖아요.
팽동은: 글쎄요… 어쨌든 개인적으로 너무 쇼크가 컸어요. 대표로서 최대한 금전적으로 지원해드리기도 했지만, 이 사업을 더는 하고 싶지 않았어요. 대표의 의지가 식어버리니 아무 의미가 없더라고요. 2023년에 선두권 업체들이 2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저희도 당시 업계 3위권이었고, 킥보드를 늘리면 매출을 2배 키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요. 제가 직원들과 투자자들에게 “우린 추가 성장하지 않고 축소하겠다”고 단호하게 얘기한 후 규모를 더 키우지 않았습니다.

이승환: 아, 그래도 힘들게 회사 잘되게 키웠는데 너무 아쉬울 것 같아요.
팽동은: 전혀요. 솔직히 킥보드 사업할 때는 너무 스트레스가 심해서, 가맹점주한테 전화가 오면 피할 때도 있었어요. 지금은 오히려 제가 고객에게 먼저 전화를 걸 정도로 재미있고 즐겁습니다. 수익성이 확실한 사업으로 회사도 잘 성장하고 있고, 킥보드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도 거의 쓰지 않고 모셔두고 있습니다.
서울대, 베인, IMM, 엄친아가 창업하게 된 이유
이승환: 대표님 이력이 너무 화려한데요. 서울대 경영학과, 컨설팅펌 베인앤컴퍼니 거쳐, 잘나가는 PE(사모펀드) IMM까지…
팽동은: 이력서만 보면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것 같지만, 사실 가는 곳마다 하위권이었습니다. 서울대에서는 정말 ‘놈팽이’처럼 놀아서 학점이 안 좋았어요. 취업에 관심도 없었고, 기부 동아리를 만들었고, 또 재밌어 보여서 옷 장사도 했어요. 어머니께서 어디든 원서라도 좀 넣으라 해서 들어간 곳이 전경련이었습니다. 친구가 “너는 전경련이 딱이다. 신이 숨겨놓은 직장이다. 일도 별로 없고 6시 땡 하면 퇴근해서 부업도 할 수 있을 거다…” 라고 꼬드겨서…
이승환: 전경련이라니, 컨설팅펌과 PE와는 너무 안 맞는데요.
팽동은: 제 맘대로 살다 경직된 조직에 가니 너무 안 맞더라고요. 우울증에 자살충동까지 강하게 왔지만, 부모님이 ‘그래도 4계절은 경험해보라’고 하셔서 365일 딱 버티고 바로 퇴사했어요. 동남아에 40일 정도 갔다가, 남은 돈으로 신림동에 5평짜리 단칸방을 얻었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카페에서 카야토스트 하나랑 아메리카노를 시켜놓고 책 실컷 보고, 돌아와서 기타 치고 곡 쓰고, 시도 쓰고… 그렇게 백수 생활을 즐겼습니다.

이승환: 왜 그 시점에 다시 취업을 생각하지 않으셨어요?
팽동은: 그때는 ‘지금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해보자’라는 생각이었어요. 문제는 제가 뭘 하고 싶은지 몰랐다는 겁니다. 그러다가 읽게 된 책이 <1조 원의 승부사들>이었는데, 국내 사모펀드(PE)의 비화 같은 걸 다룬 책이었어요. 너무 재밌더라고요. ‘아, PE로 가야겠다…’라고 결심했는데, 들어가기 어렵고 금융 지식도 필요한 분야였죠. 그래서 ‘금융에 관한 하드 스킬을 탑재하자’ 싶어 파이낸셜 모델링, 엑셀 모델링 등을 파다가 운 좋게 들어간 곳이 베인입니다.

이승환: 아니, 별로 준비도 안하고 베인 가다니… 너무 천재 아닌가요;;;
팽동은: 면접 방식이 저랑 잘 맞아떨어졌어요. 제가 느끼기에 컨설팅 면접은 스무고개의 비즈니스 버전’인데, 논리적으로 문제의 핵심을 찾아가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면접 때 긴장이 전혀 안 되고 재밌는 문제를 풀고 있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그렇게 베인에서 사모펀드 쪽만 전문적으로 서빙하는 ‘PEG’(Private Equity Group)이라는 곳에 배정됐고, IMM PE 쪽에서 좋은 제안을 주셔서 PE로 이직할 수 있었습니다.
이승환: 잘 맞았다면서 왜 또 2년여만에 PE로…
팽동은: 컨설팅할 때 가장 아쉬웠던게, 밤새 만든 100장짜리 PPT를, PE에 있는 동년배들은 15분 만에 훑고 끝내버리는 거였어요. ‘나는 이 내용을 만드는데 하루 종일 걸렸는데, 이 사람들은 15분 만에 다 보고 이해하네. 5년 후엔 이들이 나보다 몇 배는 더 똑똑해지겠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IMM으로 갔고 실제로도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그리고 IMM에서 일한 것 이상으로 더 많이 배우려면 창업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디어를 창업하고 다빈치까지 온 거죠.

배민, 삼성 출신의 일류 개발자들, IT 컨설팅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열다
이승환: 근데 킥보드 ‘디어’를 하다가 IT 컨설팅 ‘다빈치’는 어떻게 떠올리셨나요.
팽동은: 디어 매각은 반년 전이지만, IT 컨설팅 사업은 1년 반 전부터 시작하고 있었어요. 우아한형제들, 삼성 등 국내외 주요 기업 출신 인력으로 구성된 인력들이 킥보드 앱을 잘 개발하고 안정화까지 하니 할 일이 없어져버린 거예요. 마침 저도 킥보드에서 손을 떼고 싶을 때라 제안했죠. “그럼 이 개발 리소스로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하자” 해서 시작한 게 IT 컨설팅 및 제작이었어요.
이승환: 고객은 어떻게 끌고 왔죠?
팽동은: 제가 IT컨설팅 다빈치를 한다고 하니까 지인들에게 연락이 왔어요. 컨설팅 방식으로 문제를 분석하고 진단한 후, S급 개발자들이 실제 제품 개발로도 연결하겠다, 그랬더니 수요가 꽤 많았죠.
이승환: 컨설팅과 개발은 전혀 다른 영역 같은데, 둘 다 같이 하다니 신기하네요.
팽동은: 근데 사실 이 둘은 반드시 함께 가야해요. 저도 컨설팅 펌 출신이지만, 여기는 실제 고객이 앞으로 구현할 제품에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들고 개발 난이도가 있는지 꼼꼼히 따지기는 힘들거든요. 반면 개발 SI 회사는 이게 정말 좋은 문제 해결책인지 따져보기보다, 고객이 던져준 사양에 맞춰 개발하는데 집중하는 경우가 많죠.
이승환: 잘못 꼬이면 컨설팅펌은 ‘만들기 힘든 제품’을 내놓고, 개발 회사는 ‘쓸모 없는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거군요.
팽동은: 맞습니다. 그런데 제가 앞단 컨설팅을 맡으니 그 문제가 싹 사라진 거예요. 예를 들어, 어느 회사가 “공장 생산, 발주, 누락, 이런 게 엑셀로는 관리가 안 된다. ERP를 2억 들여 깔라는데, 맞는 선택인지 모르겠다”라고 물어보면, 제가 엑셀 파일을 받아서 직접 VBA 매크로를 짜주고 끝내버려요. VBA로 어지간한 문제는 해결 가능하거든요. 근데 그걸로 부족해서 “이건 ERP 수준으로 가야겠다”고 판단될 때 개발팀이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거죠.